SNS 염탐, 나만 하는 거 아니잖아요
하루에 몇 번씩 전 애인 인스타에 들어간다. 정상인지 이상한 건지 모르겠지만, 일단 혼자는 아니다.
헤어진 지 두 달째다. 그런데 오늘만 그 사람 인스타에 네 번째 들어갔다.
스토리가 올라왔는지 확인하고, 없으면 피드를 스크롤하고, 그래도 없으면 그 사람이 새로 팔로우한 계정을 살핀다. 그러고 나서 돌아 나온다. 로그인 없이. 그 사람이 내가 들어온 걸 모르게.
익명 조회만 해도 하루가 간다.
왜 계속 보게 될까
이성적으로는 안다. 봐봤자 뭐가 달라지지도 않는다. 그 사람이 나한테 다시 연락할 것도 아니고, 스토리에 안 올라온다고 내가 덜 그리운 것도 아니다.
그런데 왜 계속 보게 될까.
SNS 염탐은 헤어진 사람과의 관계를 혼자서 이어가는 방식이다. 연락은 끊겼으니 그 사람을 직접 알 수 없는데, SNS에서는 여전히 뭐라도 알 수 있다. 오늘 어디 있었는지, 누구랑 있었는지, 기분이 어땠는지.
그걸 알고 있다는 사실이 관계가 끝났다는 느낌을 조금 미뤄준다. 관계를 놓는 대신, 일방적으로 ‘보는 쪽’으로 남는 거다. 그 사람은 내가 있다는 걸 모르지만, 나는 매일 그 사람 옆에 있는 셈이니까.
이상한 감정도 정상이다
염탐을 하다 보면 설명하기 애매한 감정이 든다.
그 사람이 다른 사람이랑 찍은 사진이 올라올 때. 전엔 없던 취미를 시작했을 때. 나랑 있을 땐 안 쓰던 말투를 쓸 때.
이럴 때 드는 건 정확히 슬픔은 아니다. ‘나 없이도 잘 지내는구나’ 싶은 배신감에 더 가깝다.
이게 이상해 보여도 자연스럽다. 그 사람한테 내가 아직 중요한 존재이길 바라는 마음과, 그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원래 잘 안 맞는다. 대부분은 후자만 있는 척하지만 사실 전자가 훨씬 크다.
검색어 자동완성이 증인이다
네이버든 인스타그램이든 검색창을 켰을 때 자동완성에 뭐가 뜨는지만 보면 안다. 그 사람 아이디, 그 사람 닉네임, 그 사람 자주 가는 가게 이름.
검색은 거짓말을 안 한다. 내가 매일 뭘 궁금해하는지가 거기 그대로 박혀 있다. 어느 날 이 자동완성이 다른 단어들로 바뀌기 시작하면, 비로소 조금 낫다는 걸 알게 된다.
이게 스토킹인가 아닌가
법적으로 문제 되는 스토킹과는 다르다. 다만 감정적인 의존에서는 비슷하게 작동한다.
기준이 필요하다면 이렇다. 보고 나서 기분이 나아지는지, 아니면 더 나빠지는지.
대부분 후자다. 그런데 왜 계속 보냐고 누가 물으면 답이 애매해진다. “그냥 궁금해서” 정도. 그 ‘그냥’이 쌓이면 하루의 꽤 많은 시간이 그 사람을 들여다보는 데 쓰인다.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이 밀려난다.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포함해서.
끊기 전에 할 수 있는 것
당장 계정을 차단하라는 말은 못 한다.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억지로 끊으면 더 보고 싶어지니까.
대신 알림 쪽부터 손대면 훨씬 수월하다. 피드에서 그 사람 계정을 숨겨라. 스토리 상단에서 빼라. ‘추천 친구’에서 숨겨라. 우연히 마주치는 횟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충격 지점이 줄어든다.
내가 의식적으로 찾아 들어가는 건 내 선택이지만, 무심코 마주치는 건 내 일상을 깎는다. 이 둘은 다른 문제다.
오늘도 그 사람 계정에 들어갔다. 어제보다 짧게. 내일은 세 번, 모레는 두 번, 다음 주엔 한 번. 이런 식으로 줄여나갈 수 있나 싶지만, 해본 사람들 말로는 된다고 한다.
언젠가 검색창 자동완성에 다른 이름이 떠 있을 거다. 그때 조금 낯설고, 또 조금 가벼워질 것 같다.
읽었으면 해볼 차례
SNS 스토킹 레벨 테스트
좋아요 하나에 하루 기분이 왔다갔다 하는 너, 레벨 한번 재보자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