RED SIGNAL
2026.02.02

가스라이팅인지 내가 예민한 건지 구분하는 법

'내가 언제 그랬어?' 그 한 마디에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됐다. 관계에서 나를 계속 의심하게 만드는 말들에 대해서.

“내가 언제 그랬어?”

그 말을 처음 들은 건 연애 반년쯤 됐을 때였다. 서운한 걸 말하고 있었는데 돌아온 건 저 한 문장이었다. 말한 적이 없다는 거였다. 분명히 기억하는데. 카페였고, 조명이 노란색이었고,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반쯤 마신 채였다.

그런데 이상하게도, 내가 자신이 없어졌다.

싸우고 나면 왜 내가 잘못한 게 돼 있을까

싸움은 늘 비슷하게 끝났다. 내가 울고, 미안하다고 하고, 그 사람은 한숨을 쉬었다. 며칠 지나면 나도 헷갈렸다. 내가 왜 울었지. 뭐가 그렇게 서운했지.

그 사람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고, 내가 오해한 거고, 내가 너무 예민한 거고.

몇 달이 지나고 알았다. 싸움의 내용이 뭐였든 결론은 늘 하나였다는 걸. 네가 잘못 느낀 거라는 것.

자주 듣던 말들

몇 문장은 지금도 토씨 하나까지 기억난다.

“그렇게 받아들이면 어쩔 수 없지.” “내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닌데 네가 확대해석한 거잖아.” “주변에 물어봐. 다 내 편이야.” “네가 왜 그렇게까지 예민한지 모르겠어.”

하나씩 보면 아무것도 아닌 말이다. 그런데 반년, 일 년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내 기억이 나를 안 믿게 된다.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다. 내가 뭘 느꼈는지 남겨둬야 나중에 나한테 반박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.

내가 이상한 건지 확인하고 싶을 때

한 가지만 물어보면 된다. 그 사람이 옆에 없을 때 내가 더 똑똑해지는 것 같은지.

친구를 만나서 그 일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갑자기 논리가 돌아온다. 내 기분이 왜 상했는지, 뭐가 문제였는지 다시 선명해진다. 그런데 그 사람만 옆에 있으면 그 선명함이 흐려진다. 내 말은 엉성해지고, 그 사람 말은 견고해진다.

이게 반복되면, 한 번쯤 의심해도 된다.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길들여지고 있는 건 아닌가.


그 연애를 끝내고 한참 뒤, 같은 카페에 다시 갔다. 조명은 여전히 노란색이었고, 아이스아메리카노도 그대로였다.

그날 우리가 나눈 대화가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끝났는지는 지금도 기억난다. 내가 잘못 기억한 게 아니었다.

#가스라이팅#연애 심리#관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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